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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중후한 멋을 지닌 Leica MP Anthracite

전자기술의 발달로 M7은 Auto Exposure 기능을 내장하여 빠르고 편리한 셔터스피드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배터리의 수명이 다 되면 작동 자체가 되지 않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요즘 나오는 모든 디지털 카메라 역시 배터리가 없으면 작동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M6은 배터리가 없어도 얼마든지 촬영이 가능한 기계적 베이스를 갖추고 있었던 것에 비해, 배터리가 없다고 촬영이 되지 않는 M에 대해 라이카 유저들은 상당한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니즈에 부합된 모델이 다름 아닌 MP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과거 필자가 중고장터를 통해 M3를 구입 했을 때 판매자분께서 의례, 지금 어떤 바디를 사용하세요 라고 물었다. MP를 사용한다고 답했더니 순간 놀란 모습으로 아! 그 귀한 바디를 사용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순간 MP는 귀한 바디까지는 아닌 데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도 신품이 나오잖아요 라고 답했더니, 고개를 갸웃둥 하시며 어, MP는 오래되고 몇 대 생산도 안 된 바디인데 라며 말끝을 흐리시는 것이다. 결론은 서로가 다른 MP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판매자분이 말씀하신 MP는 인터넷을 찾아보니 1956년 Press 용으로 VIT(필름 급속 장전 장치)를 장착한 약 500대만이 생산된 바디 였고,
필자가 말하는 MP는 Mechanical Perfection 이란 기계적으로 완벽한 바디라는 의미를 갖는 2003년에 발표된 MP를 말하는 것이었다.
약간의 혼동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때의 판매자 덕분에 라이카에 기자용으로 나온 바디가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 수 있었다.

MP는 새로운 콘덴서 렌즈를 RF 구조 중간에 추가함으로써 기존의 M6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화이트 아웃 현상을 개선하였다.
이는 완전한 해결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실제 촬영에서 화이트 아웃 현상이 상당히 줄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다.
클래식 바디에서 모던 바디로 넘어오면서 많은 라이카 유저들이 아쉬워했던 부드럽고 정숙한 셔터감을 MP에서 다시 맛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잔잔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부드럽고 정숙한 셔터감이 M3에 비견될 수 없다는 중론도 있지만, M6의 툰탁함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MP의 외부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TTL 플래시 동조 기능을 수행했던 회로를 제거함으로써 높이가 다시 M6 TTL 바디 이전의 크기인 2mm 작아졌다.
2. M4부터 사용되었던 플라스틱이 살라졌다. (필름 어드벤스 레버, 필름 리와인딩 레버, 화각 레버)
3. 필름 리와인딩 놉의 형태가 다시 M3 형태로 돌아갔다.
4. 필름 어드벤스 레버가 클래식한 모습으로 바뀌어 고풍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다.
5. 상판과 하판이 내마모성이 좋은 황동 재질로 변경되었다.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라이카의 빨간 심볼, 속칭 빨간 딱지를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또는 유혹이라고 하지만, MP의 견고한 바디 상판에 부드럽게 새겨진 Engraving이 주는 클래식한 멋은 빨간 딱지의 그것 보다 훨씬 큰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 무연탄의 중후한 멋을 소유하게 된 사연은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던 MP Silver Body를 중고로 구입해서 6개월 정도 잘 사용하고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빛의 다양한 형태를 촬영하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산에 오를 때는 카메라를 가지고 간다.
그날은 구름 사이로 빛내림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여러 컷을 담았는데, 현상을 해보니 적지 않은 컷에서 우측에 줄이 가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구입했던 샵에 AS 요청을 했는데, 셔터 발란스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수리를 하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주일 뒤, 이번에는 물에 비치는 해를 촬영하였는데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다. 샵에 연락했더니 라이카 AS센터에 이야기해놓았으니 가보라는 것이었다.
2주 뒤에 떠나게 될 휴가 때까지는 꼭 고쳐주셨으면 한다는 부탁을 남기고, 약속했던 2주가 되어 주말에 카메라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아직 테스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월요일 오후에 전화가 왔다. 수리후 테스트 결과,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았다는 센터 실장님의 이야기와 현재 국내의 기술과 장비로는 고칠 수가 없어서 독일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휴가 기간 동안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내내 MP의 손맛이 너무도 그리웠다.
독일행 비행기를 타면 최소 3개월인데, 그 시간 동안 잠자고 있을 필름들을 생각해 보니 이대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될 것 같아, 샵에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이야기 했더 담당자는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서 할 말이 없다며 샵이 보유 중인 MP Anthracite를 적당한 추가금을 받고 독일로 떠난 MP와 교환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소유하게 된 MP Anthracite는 라이카 일본 정규 대리점인 시이벨헤그나 주식회사에서 라이카 M형 탄생 50주년을 기념해서 발매한 것이었다.


이 모델의 경우는 일본내(해외에서는 판매되지 않음) 600대만  VIT와 함께 한정판매되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MP와 다른 점이 있다면 상판의 라이카 로고 각인 아래 LEICA CAMERA AG GERMANY 라는 문구가 추가되고 핫슈 부분에 한정판의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다.
MP의 볼커나이트가 고운 사포와 같은 좀 미끄러운 재질이었다면 Anthracite는 클래식 바디에서 느껴던 볼커나이트 본연의 모습의 재질로 마무리되었다.
실버 바디의 세련됨보다는 무연탄 도색의 중후한 멋이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MP Anthracite, 우여곡절 끝에 얻게된 바디여서 그런지 좀 더 애정이 가는 바디가 아닌가 싶다.

솔직히 말해서 라이카는 M4 이후 M의 완성도는 진보가 아닌 퇴보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급격한 디자인의 변화로 인한 유저들의 외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과거로의 회귀, 파인더의 부속을 줄여 화이트 아웃 현상 초래와 버블을 야기 시킨 아연 재질, 한정판의 난발로 인한 빈축 등을 본다면 적지 않은 역사속에 안타까운 사실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계승하려는 의지와 아직도 장인들의 손에서 하나하나의 부품들이 조립되는 과정은 어떤 제조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일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의 태동과 필름 카메라가 절정의 시기를 지날 무렵 태어난 MP는 과거 클래식 M바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진정한 모던 M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Note>
디지털바디의 보편화로 사실상 MP 이후 필름 바디의 생산은 종료되었고, a la carete 라는 개인의 취향대로 맞춰주는 서비스를 통해 M 필름 바디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M-A라는  M의 Acoustic 바디가 라이카 100주년을 즈음해서 생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