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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s

Kimoto - 장인의 손길

우리나라에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카메라 가죽 케이스 핸드메이드 장인들이 존재한다.
이분들의 실력은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가죽을 다루는 솜씨는 물론 바느질과 디테일한 마감까지 그들의 작업은 공예품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카메라 케이스는 없어도 그만이다. 필름 카메라만으로 촬영하게 되면 하루 최소 5롤 정도는 사용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케이스를 벗겨서 필름을 교환하는 일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또한, 물건을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때가 묻고 사용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에겐 참으로 묘한 습관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아끼고 정성을 들여 관리하는 습성이 있다.


20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우리집 앞집에는 깨끗하다 못해서 늘 광이 번쩍번쩍나는 하얀색 마르샤 한 대가 있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항상 차량용 커버로 싸여 있었고, 동네를 지나다니며 한 번도 그차에 먼지가 있거나 더러워져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차의 주인은 경찰 공무원으로 은퇴하시고, 그간의 노고로 연금을 받으시며 여생을 보내고 계셨던 분이시라 나름대로 여유가 있으셨겠지만 그래도 매일 아침 나오셔서 차를 닦고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차의 번쩍거림은 그분의 자긍심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성을 다하시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돌아 필자의 손에 안긴 깔끔하게 관리된 라이카를 보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깨끗하게 닦고 보호필름을 붙이고 거기에 케이스까지 찾게 된다.
보호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테두리에 먼지들이 들러붙어서 상당히 지저분하게 보이지만 장인이 정성스럽게 만든 이 케이스를 입히면 클래식 바디들의 가치가 2배는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기에

그 번거로운 일도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죽의 고급스럽고 손에 감기는 맛은 카메라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말할 만큼 의미가 있다.
거기에 디자인까지 수려하니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가격은 늘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요소로 다가온다.
직접 주문 제작을 하면 요즘 표현으로 ㅎㄷㄷ 하다. 하지만 이 멋스러운 케이스 하나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재료비를 생각하면 결코 비싸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늘 흠모하고 있던 키모토 케이스를 어느 날 장터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가격도 저렴하다 못해 가져가라는 수준이었다. 택배가 도착하던날 박스를 열어보니 도대체 판매자는 이 케이스를 어디에 보관했을까?
공중 흡연실에 보관했을 것이라고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향수도 뿌려보고 가죽 크리너로 닦아도 보았는데 거의 6개월이 지나도록 담배연기에 쩐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담배 냄새만 빼면 상태는 상당히 양호했다. 어느덧 이 케이스를 사용한지도 2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제 담배에 쩐 냄새는 나지 않는다.
이 훌륭한 케이스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사용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가죽 특유의 오랜된 느낌을 좋아하는 필자와 앞으로 20년 정도는 함께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 흐뭇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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