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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The Camera No.1 TC-1

TC-1의 첫인상은 티타늄의 은은한 광택이 고급스럽게 다가오며, 독특한 조리개 형태는 심플한 디자인에 세련된 포인트를 준 느낌이다.
라이카 디자인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외관만으로도 미놀타에서 얼마나 공을 들여서 제작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TC-1은 필자에게 있어 No.1이 아닌 애증의 카메라일 것이다.
TC-1을 카메라샵에서 처음 봤을 때 그 앙증스러움과 손에 감기는 맛이 왠지 남다르게 다가왔다.
조만간 보너스 받으면 상태 괜찮은 놈으로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그날의 생각은 애증이란 단어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한 달 뒤쯤, 드디어 그 샵에 괜찮아 보이는 TC-1이 나타났다. 기분 좋게 입금을 하고 카메라를 받았다.
테스트 겸 열심히 찍어봤다. 그런데 웬걸 아래의 사진처럼 빛이 샌 느낌의 사진이 다수가 찍혔다.


샵을 찾아가서 찍힌 사진을 보여주니 사과와 함께 더 괜찮아 보이는 녀석으로 교환을 해주었다.
집에 와서 이제 문제없겠지 하며 또다시 촬영을 했는데, 이번엔 필름을 한롤 반 정도만 찍으면 건전지가 방전되는 것이다.
새 건전지 넣고 두 번이나 테스트해보았는데, 결과는 똑같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건전지 하나 가지고 보통 20롤 가량을 찍을 수 있다고 하는데 1롤 반 정도면 건전지가 방전되는 것도 이상했지만 카메라에서 계속 지지찍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건전지를 빼보니 소리가 나지 않는다. 결국 샵에 갔더니 일주일간 시간을 달라고 했고, 일주일이 되어서 연락이 왔는데 아무런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 다시 택배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카메라에서 지지찍 거리는 소리가 다시 난다는 것이다. 다시금 확인하고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물론 끝까지 제품에 대해서 책임을 지겠다는 점원의 말은 고맙지만,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카메라를 믿고 쓸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환급을 요청했다.


2대의 TC-1을 이렇게 떠나보내고 인연이 없는 카메라인가보다 안타깝지만 잊어버리자 생각했는데, 시간이 날 때 가끔 들여보는 샵에서 상태가 괜찮은 TC-1을 보게 되었다.
가격 또한 전 샵에 비해 착했다. 또 이렇게 기회는 찾아오는구나 했는데 결국 2롤을 찍고 다시 샵으로 가게 되었다.
이유는 특정 부분에 빛이 새는 현상이 나온다. 셔터막의 이상으로도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는 점검을 받아봐야 할 것이다.
샵에 계신 분은 산에까지 올라가서 사진을 찍으셨는데 이런 일이 있어서 죄송하다고 말해주며, 또 다른 TC-1을 손에 쥐어주었다.
파인더, 렌즈, 외관 상태는 지금까지의 보았던 것 중에서 가장 괜찮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3대의 TC-1을 보냈다. 4번째의 TC-1은 다행히 4년째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지만, 의도하지 않은 기기의 결함으로 인한 스트레스, 필름 현상, 스캔은 애증의 카메라라는 닉네임이 붙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TC-1 사양
형식 : 35mm 레인지파인더 형식 AF카메라
렌즈 : 미놀타 G-rokkor 28mm F3.5(5군 5매, 비구면렌즈 2매 3면사용)
셔터속도 : 8~1/750초(프로그램 AE식 전자셔터)
측광 : 2분할 SPC(중앙부중점측광, 스팟측광)
노출제어 : 프로그램 AE, 조리개우선 AE
노출보정 : +- 4EV(0.5EV간격)
뷰파인더 : 실상식(0.40배, 시야율 85%), 시도보정 기능(-2.5 ~ +1.0 디옵터)
플래시모드 : 자동/적목방지/발광금지/강제발광
전원 : 3V CR123A리튬전지
크기 : 99(W) * 59(H) * 29.5(D)mm
무게 : 185g(전지, 필름 미장착시)


TC-1의 가장 큰 장점은 가벼운 무게와 작은 크기를 바탕으로 한 뛰어난 휴대성과 명기로 알려진 M-Rokkor 28mm F2.8 렌즈의 계보를 이어받은 28mm G-rokkor F3.5 렌즈에 있을 것이다.
이 렌즈는 구면 렌즈보다 뛰어난 수차 보정능력을 가진 비구면 렌즈를 사용하여 조리개 개방치부터 선명하고 깔끔한 인상의 결과물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구면 렌즈의 숫자를 줄이고 아크로매틱 코팅을 통해 빛의 투과율을 높여 선명한 묘사 성능을 갖추게 되었고, 역광촬영 시에도 플레어가 적고 높은 콘트라스트를 실현했다.
그래서인지 묘사성능과 사진의 깊은 맛은 The Camera No.1이라고 미놀타의 자부심을 표방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플래시 도움 없이 자연광에서 1/15초 이하의 셔터속도에서도 안심하고 촬영에 임할 수 있는 것은 라이카 못지않은 TC-1의 장점이다.

조리개 모양의 이상형은 완전한 원형 조리개라고 할 수 있다. 완전한 원형에 접근하면 할수록 아름다운 아웃포커싱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렌즈를 살펴보면 조리개는 3.5,  5.6,  8,  16의 4가지 값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러 개의 날이 겹쳐지는 형식이 아니라 완전원형조리개판을 바꿔가면서 조리개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화질은,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미놀타 특유의 따뜻한 느낌을 전해준다.
해상력과 선예도는 뛰어나지만 렌즈가 작아서 가끔 생기는 비네팅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비네팅 현상은 그다지 심하지 않은 편이고, 왜곡 또한 광각렌즈 치고는 그렇게 크지 않아 사용에서 큰 불편은 없다.
최단 초점거리 0.45m로 짧은 편이며, 파인더에도 비구면 렌즈를 사용하였고, 파인더 안에는 거리계가 있어서 초점을 잡는 순간 초점까지의 거리가 바늘로 움직인다.
TC-1의 기본적인 측광 방식은 중앙부중점 방식이고, 뒤쪽의 spot 버튼을 누르면 스팟방식으로 전환된다.


The Camera No.1이라고 불리는 럭셔리 카메라도 피해갈 수 없는 F값 에러 증상이 있다. 이는 사용상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고, 카메라를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카메라 내부 전선이 단선됨으로 인해 생기는 증상으로 보이는 견해가 있다.


셀 프로덕트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TC-1은 미놀타에서 12~20년간 숙련된 장인이 1시간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조립하는 것으로 책임제로 조립하고 있다.
대개 수요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현재 3명의 숙련공이 하루 25개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작업방식이 가지는 장점 중 하나가 세계 어디서든 A/S 문의가 오더라도 생산번호(S/N)만 보면 누가 조립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품질관리가 선행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다른 메이커의 유사한 고급형 소형카메라보다 고가를 유지하는 이면에는 이런 고급 장인들의 숨은 실력과 땀의 대가가 담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살아져 버렸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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